위고비·마운자로 등 GLP-1 계열 약제의 등장으로 비만 진료 현장의 풍경이 달라졌다. 뚜렷한 체중 감량과 대사 개선 효과가 확인되면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었고,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치료를 받겠다는 분위기도 확산됐다. 그러나 관심이 커진 만큼 새로운 과제도 부각되고 있다. ‘주사만 맞으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과 의료진과 상의 없는 중단 등 오남용 문제다.
비만대사연구학회(SOMS)는 이러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고 과학적 치료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앞장서는 학회다. 낙인 해소 캠페인을 비롯해 교육·연구·임상·정책 전 영역에서 비만 치료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세계 비만의 날’을 맞아 김영상 비만대사연구학회 회장(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에게 비만 치료의 당면 과제와 학회의 역할을 들었다.
김영상 비만대사연구학회 회장(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 GLP-1 계열 약제의 등장 후 진료 현장에서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GLP-1 계열 약제와 기존 약제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체중 감량과 대사 개선을 동시에 입증한 최초의 약제군이라는 점이다. 일부 약제는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증명했고, 평균 15~20%라는 강력한 체중 감량 보고가 이어지며 환자들의 기대치가 매우 높아졌다. 실제 진료실에서도 변화를 체감한다. 확실한 감량 효과를 기대하며 내원하는 환자가 급증했고, 그만큼 치료 의지도 몰라보게 강해졌다.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전문적인 진료와 약물 치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환자가 늘어난 것이 현장의 가장 큰 변화다."
- 치료 사례가 늘면서 ‘주사만 맞으면 살이 빠진다’는 식의 잘못된 인식과 임의 중단 사례도 늘고 있다.
“주사만 맞으면 살이 빠진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반드시 생활습관 교정과 합병증의 관리가 동반돼야 지속 가능한 감량과 대사 개선으로 이어진다. 최근 개인적 사정으로 임의 중단을 고민하거나 상담 없이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이들 중 상당수가 급격한 체중 증가와 혈당 상승 등 대사 지표 악화를 경험한다. 과거 연구에서도 체중이 늘고 줄어드는 것을 반복하는 ‘체중 순환’이 있는 경우 장기적으로 체중이나 대사 개선에 저항성이 발생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 충분한 기간 치료한 후 약물 중단 여부를 의료진과 논의해야 하는 이유다.
- 국내 비만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지금,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비만과 연관된 만성질환을 예방하려면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국가 건강검진 체계에서는 BMI 30 이상만을 ‘질환 의심’으로 분류하고 있어, 국내 통계와 국제 기준에서 비만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BMI 25~29.9 구간이 과소평가되고 있다. 이 구간의 인구가 전체 성인의 30% 정도에 해당하는 상당수임에도 불구하고 경미한 이상으로 안내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치료 접근성의 격차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해외에서는 GLP-1 계열 등 최신 치료제가 보험 적용을 받으며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사용 확대 이후 비만율이 처음으로 감소하는 변화가 관찰되기도 했다. 반면 국내는 여전히 비보험 영역으로 남아 있어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시작하지 못하거나 중단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환자의 인식 변화 역시 절실하다. 비만을 가벼운 문제로 여기거나 전문적인 진료보다 ‘약을 가장 싸게 구하는 방법’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비만은 명확한 의학적 질환으로 인식하고, 전문의와 함께 과학적인 치료 전략을 세워야 한다.”
- 비만을 바라보는 인식은 어떻게 달라져야 한다고 보나.
“비만은 의학적으로 명백한 복합대사질환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만 해석하는 시선이 남아 있다. 이런 왜곡된 인식은 환자에게 불필요한 죄책감을 안기고, 치료를 미루거나 회피하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지난해 비만대사연구학회가 추진한 ‘낙인 감소 캠페인’은 이러한 현실을 환기한 의미 있는 시도였다. 학회가 진행했던 설문 결과, 환자와 의료진 모두 ‘비만병’이라는 용어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외에서도 ‘비만 환자(obese patient)’라는 표현 대신 ‘비만이 있는 사람(people with obesity)’ 등 사람을 중심에 두는 용어를 사용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결국 용어 사용 등 낙인을 줄이는 노력과 함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환자 지원 강화, 근거 기반 교육의 체계적 확산을 통해 우리 사회 전반의 비만에 대한 인식과 치료 접근 방식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 비만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학회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비만대사연구학회는 비만과 대사질환 분야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학문적·정책적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학문적으로는 비만과 대사증후군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진료 현장에서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도록 전문 연수교육을 지속 운영하고 있다. 실제 진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임상 중심의 연구 활동과 아시아·태평양 중심의 국제 학술 교류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정책적으로는 비만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줄이는 캠페인을 추진하고, 저연령층과 지역사회 중심의 조기 예방 접근을 확대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비만이 위험 단계에 도달한 뒤 치료하는 방식이 아닌 선제적으로 개입해 장기적인 건강을 지키기 위한 전략이다.”
- ‘세계 비만의 날’을 맞아 강조하고 싶은 점은.
“학회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하다. 비만은 단순한 체형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과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질환이며, 비만인을 향한 관심과 과학적 접근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점이다. 우리 학회는 비만대사 분야의 전문가 집단으로서 교육·연구·임상·정책 전 영역에서 비만 환자에게 다각도로 다가갈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비만 진료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사회적 낙인을 해소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 온 비만대사연구학회는 오는 3월 29일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제12회 춘계학술대회 및 연수강좌’를 개최한다. 이번 연수강좌는 비만 진료의 기초인 초진 평가부터 최근 치료의 핵심으로 떠오른 인크레틴 기반 주사제와 경구 치료제, 합병증 관리까지 비만 치료의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다룰 예정이다.